서울대 재료공학부 이태우 교수 연구팀, 수명 획기적으로 개선한 최고 효율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 기술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지형 바꾼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학장 홍유석)은 재료공학부 이태우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발광 소재인 금속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의 한계를 극복한 세계 최고의 효율, 밝기, 수명을 동시에 만족하는 발광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의 국제 학술지 ‘네이쳐 (Nature)’에 11월 9일자로 게재됐다.
인간의 기본적인 정보 인지의 70% 이상이 시각으로부터 이뤄진다는 점에서, 현대의 정보화 사회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가장 주요한 핵심사업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다만 디스플레이 산업은 적기 투자가 아주 중요한 산업으로써, 1990년대 당시에는 일본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당시 신기술 디스플레이로 여겨지던 LCD (Liquid crystal display) 및 OLED (Organic light-emitting diode) 기술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함으로써 현재의 디스플레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가져올 수 있었다. 반면 최근의 2020년도에는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세를 보여 시장 점유율 1위를 내 준 상황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선도적인 기술을 보유한 OLED분야를 기점으로 해 시장 점유율을 일부 유지하고 있으나, 점점 줄어드는 기술 격차와 투자 규모의 차이로 인해 시장 점유율의 회복 전망은 매우 부정적으로 보여진다. 이에 현재 고해상도/고효율에 초점이 맞춰진 디스플레이를 넘어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태우 교수 연구팀이 선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 소재가 해답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는 유/무기 원소, 중심금속, 그리고 할로겐 원소로 구성된 이온 결정 구조를 가진다. 이는 매우 뛰어난 색순도, 우수한 전기적 특성, 저렴한 소재 가격, 색조절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는 초고선명 텔레비전(Ultra-High-Definition Television; UHD-TV), 가상현실(Artificial Reality, AR) 디스플레이 등의 구현을 위한 고색순도 발광을 구현할 수 있는 소재로써 각광받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구현을 위해서는 기존의 색표준(DCI-P3)에 비해 40%가량 확장된 색영역을 갖는 REC. 2020 색표준을 활용해 자연의 다양한 색상을 디스플레이 화면에 풍부하고 생생하게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REC. 2020 색표준 구현은 발광 스펙트럼 반치폭(Full Width at Half Maximum, FWHM)이 다소 넓은 기존의 유기발광체(FWHM~50nm) 혹은 양자점(FWHM~30nm)으로 구현할 수 없으며, 매우 좁은 반치폭(FWHM~20nm)을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만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태우 교수는 2015년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의 효율을 1년 만에 0.1% 수준에서 8.53%로 끌어올려 ‘사이언스(Science)’지에 보고한 바 있으며, 이후 5년간의 연구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입자를 합성해 발광 소자의 효율을 23.4%로 높이는 등 연구분야를 선도해 왔다. 이번에는 발광 소자의 효율을 이론상 가능한 최대 수준인 28.9%로 끌어올리면서도, 가장 큰 한계점으로 꼽혀 왔던 페로브스카이트의 수명을 크게 끌어올려 약 3만시간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구동 수명을 보고했다.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가 상용화될 수 있는 수준의 우수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라는 것을 보여줬다.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는 기본적인 벌크 상태일 때 빠른 전하 수송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여기자(勵起子, Exciton) 결합 에너지가 낮다는 한계로 인해 주입된 전하들이 발광에 참여하지 못하고 쉽게 해리돼 발광 효율이 낮은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를 갖는 나노 입자의 형태로 제조해 여기자를 공간적으로 구속하는 연구가 진행돼 왔으나, 나노 입자를 합성하기 위한 종래의 합성법은 과량의 긴 절연성 리간드 분자의 사용이 불가피하기에 빠른 전하 수송 능력을 크게 저하시키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기존의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 기반 소자들은 전하 수송 능력과 전하 구속 능력 간의 상충관계로 인해, 낮은 효율 혹은 짧은 수명을 보였다. 또한 이러한 단점은 본질적으로 이론상 최고 수준의 효율과 수명의 구현을 막는 한계점으로 작용했다.
이태우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연구팀은 이를 위해 벌크 상태의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을 수십 나노미터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쪼개며 Benzyl phosphonic acid(BPA)라는 짧은 리간드로 둘러싸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인-시츄 코어/쉘 나노입자’ 합성 방법을 제시했다.
벌크 상태의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이 BPA 용액에 노출된 후 반응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이 점진적으로 쪼개지며 BPA 분자로 둘러싸여 10 나노미터 크기의 코어/쉘 구조 나노입자가 형성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특히 기존의 긴 절연성 리간드를 사용한 합성법과 달리 전하 주입을 방해하지 않아 벌크 상태의 우수한 전하 이동도를 유지하면서도, BPA 분자가 내부의 나노입자를 둘러싸는 코어/쉘 구조를 형성해 매우 높은 내부 발광 효율(~90%)을 구현했다.
이태우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기반으로 발광 소자를 제작해 세계 최고의 외부양자효율(28.9%) 및 전류효율(151cd/A-1)뿐만 아니라, 유기 발광 다이오드 이상의 초고휘도(473,990cd m-2), 매우 낮은 구동 전압(2.7V @ 10,000cd m-2) 그리고 3만 시간 이상의 장수명을 갖는 녹색 발광 소자를 구현했다. 이러한 각각의 특성들은 현재까지 보고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다이오드 기반 효율, 수명, 밝기에 대해 모두 최고 수치이다. 이는 심지어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광 OLED(29%, <100,000cd m-2, 4.4V @ 10,000cd m-2) 혹은 Cd-free QD LED (16.3%, 12,000cd m-2, 6.4V @ 10,000cd m-2)보다도 우수한 성능으로써, 기존에 이들 디스플레이 소재로서는 구현이 어려웠던 모바일, 소형, 가상/증강현실 기술과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구현을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다이오드는 세계적인 연구그룹의 노력에도 수년간 구동 수명이 수백 시간 이내 수준에 머물러, 상용화 불가능한 실험실 수준의 소재라 여겨지고 있었다. 이번 결과는 특히 이러한 안정성 측면에서 큰 한계가 작용했던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다이오드가 상용화에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보여진다.
이태우 교수는 2014년부터 이 연구를 시작한 이후, 계속 해서 효율과 수명에서 신기록을 갱신하면서 주도권을 이어왔다. 이태우 교수는 또한 2014년도부터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 공정, 소자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지식재산권을 출원해 국제 등록까지 마친 상태이며, 이 기술의 상업화를 위해서 서울대학교 교내 벤처 기업(SN Display Co., Ltd, 에스엔디스플레이 주식회사)를 창업하는 등 활발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처럼 기술 발아단계의 원천 특허와 기술, 연구 모든 방면에 대해 주도권을 잡고 선도하고 있는 것은 디스플레이 산업 역사상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태우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의 새로운 합성법을 고안함으로써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다이오드의 발광 효율과 밝기, 수명을 한 번에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방안을 제시했다”며 “해당 연구는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다이오드가 단순한 실험실 수준의 소재로 국한되지 않고 상용화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고색순도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기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서울대학교를 주축으로 영국 캠브리지 대학과 페롤레드 주식회사와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웹사이트: eng.snu.ac.kr/